봄볕 아래 펼쳐진 있는 감동의 책, 성찰의 시간, 통혁당사건 무기수 신영복의 편지 과 함께

 

저는 신영복 선생님을 존경합니다.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이분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고, 저만의 비밀 노트북처럼 작은 수첩에 꼼꼼하게 적어놓은 글 중에는 신영복 선생님의 책에서 받아 적는 글이 있어서 가끔 읽으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됩니다.신영복 선생님의 글은 잔잔한 울림으로 얻어지는 평온함이 있어서 좋아합니다..

신영복 선생(1941-2016)은 육사에서 경제학 교관으로 재직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20일간 복역하셨습니다.”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대표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출간되었는데, 한국 사회에 깊은 감동을 남겨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제가 이번에 읽은 이 책은 1988년 9월 1일 인쇄, 1990년 11월 20일 발행된 햇빛출판사 책입니다.빛바랜 노란 종이가 세월을 말해주는 듯하고, 신영복 선생의 세월, 20년이라는 세월이 노란 종이로 잘 정리된 듯합니다.어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짐작할 수 있죠? 걱정했던 첫 번째 마음이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서서히 해가 눈 녹듯 녹아 갔습니다.

수십 년 만에 다시 읽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선생이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수가 됐다가 수감생활 중 가족에게 보낸 편지로 쓰인 책입니다.20대에 읽은 기억의 내용이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다시 한 번 읽고 대전에서 여고 시절 같은 하늘 아래 대전의 감옥에 있었구나, 가까이서 편지를 썼구나 하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50대인 저에게 세월만큼 깊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책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스한 봄볕 아래 사색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십여 년의 징역, 징역 속에서 삶의 흐름과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동거생활, 자신과의 고뇌, 닫힌 공간에서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노력으로 오랫동안 그 속에서 가족끼리 편지를 쓴 신용복 선생 게수씨, 형수님, 어머니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신영복 선생님의 가족 이야기, 그 좁은 공간에서 춘하추동을 다른 제소자들과 나누는 이야기, 밖으로 나와 농업의 일을 했습니다.깊은 밤에는 빛나는 별이, 무더운 여름에는 바람을 지닌 소나기의 시원함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내용은 내게도 말씀처럼 들렸습니다 고통보다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지혜처럼 받아들였습니다.가족이 정성껏 보내주는 물건 중에 얼마나 그리움이 담겨 있는지.저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 편지를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1977년 6월 8일, ‘어머니,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중 십 년 동안 많은 것을 잃으셨고, 또 많은 것을 버리면서 외로웠지만 버린다는 것은 상처를 들춰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길이 될 것이다’라는 편지를 읽고 저는 늙은 어머니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습니다.돋보기를 사십대에 쓰는 안경이라고 해서 사십경이라는 말을 듣고 사십경을 보내주신 아버지의 심정을 담은 편지에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불효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1980년 7월이 징역 12년 되는 달이야기 1982년 첫 파일에는 아들을 옥에 넣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어머니가 아들과 옥고를 치르고 있는 아들의 친구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현대의 불행을 똑같이 마음 아파하는 큰 사랑을 가진 어머니가 자비로운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쓴 편지 1986년 2월에는 30, 40대 15년 동안의 삶을 보낸 대전교도소로부터가족들은 신영복 선생이 옥에 갇힌 것을 변함없이 신뢰하고 서로 신뢰하며 기다리는 소망에 저는 간절해졌습니다.실내에서 듣는 까치 소리에 오늘은 손님들이 오시려나? 라고기다리는마음으로저도어릴때까치가울면손님이오신다고할머니가말했던,그래서자꾸버스길있는논물건너머등성을바라보던기억이떠오르네요.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아무리 울타리를 높여도 사람들은 결국 서로의 일부가 되어 함께 햇빛을 받으며,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게스 씨에게 보내는 편지 중 1982년 10월 9일 대전에서) 54쪽)

관계를 맺는 것은 ‘고통’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보내주신 돈과 시계는 잘 받았습니다. 닫혀있는 옥방 안에서도 시계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혼잡한 공간에 흐르는 시간, 꼭 반칙 같아요.손목에 시간이 있더라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무기징역은 어차피 유유한 자세가 필요합니다.4월의 훈풍은 산과 나무, 흙과 바위와 시멘트, 폐지나 비닐봉지에까지 아낌없이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줍니다.가내 평안을 빕니다 형수님께 보내는 편지 1981년 4월 26일 대전에서.135쪽)

창살 무늬가 있는 신문지 크기의 각진 봄 햇살 한 장 등에 짊어지고 이윽고 앉아 있으면, 봄에는 마치 친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따뜻하게 목을 감습니다.문득 남장촌 초심 보득삼춘휘 “아주 적은 자식 마음으로 봄볕 같은 부모의 은혜를 갚기 어렵다”는 맹교의 시가 생각납니다.봄볕은 아무래도 어머니의 자애롭습니다.(어머니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1977년 3월 2일 대전에서 210쪽)

봄볕 아래 사색의 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책과 함께

1979년 2월 2일 대전에서 234쪽

어머니의 쾌유와 아버지의 강건을 기원하며 쓴 편지.

저는 연말연시에 꼭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는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을 써봅니다.

처음 하늘을 만나는 작은 새처럼, 처음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봄처럼 늘 새로운 날을 시작하고 있다.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