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기억법. ‘그 여자’를 사랑하는 ‘그 남자’의 사랑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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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키스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이정훈(김동욱)이 들려준 ‘내가 너무 많이, 사랑해요’라는 감정의 여운이 너무 깊어서.많이라고만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양을 배우의 표정과 몸짓은 시청자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그려낸다. 이정훈의 진심을 이만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김동욱 연기, 내가 너무 사랑해요) 이정훈이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한 시점은 여하진(문가영)이 잊은 시간을 안 뒤였다.여하진 자신의 베스트 프렌즈이자 정훈의 첫사랑 정서영(이주빈)의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스토커 문성호(수석대)가 소연의 애인인 줄 알고 그의 연습실 비밀번호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토커는 소연을 납치해 감금, 살해한 것이다.그 현장을 생생히 기억하는 정훈은 스토커가 소영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원인을 알게 된 셈이다.소연을 사랑했던 8년 전의 기억은 매일 매 순간을 잊지 못하는 그에게 8년 내내 고통스러운 비극이 됐다.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고통. 그녀를 사랑했던 기억이 강렬할수록 어떤 것도 손을 쓸 수 없었던 그 순간의 기억은 더욱 대비돼 그를 매회 때렸을 것이다.너무나 큰 행복이 그보다 더 큰 비극으로 자신을 덮칠 때마다 종훈은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한 행복을 더 이상 꿈꾸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런 그에게 마냥 행복만 기억시켜 주고 싶은 어머니가 있었다. 당신의 죽음조차 아들에게 보여주기 싫고, 기러기 엄마가. 이 때문에 어머니의 삶이 불행했다고 생각한 정훈은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누군가는 불행하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으로 잠시 괴로워하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곧 알게 된다. 아들에게 행복만을 안겨주고 싶은 엄마의 노력은 자신을 사랑한 엄마의 의지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아들을 사랑하는 동안 엄마의 모든 시간은 행복했다는 것을. 왜냐하면 바로 이정훈 자신이 어머니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요하진이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 후 그녀와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을 좋은 기억만 남겨주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 그저 좋을 것 같은 남자는 그렇게 엄마가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요한에게 좋은 표정으로 좋은 말을 해 준다. 혹시 나중에라도 기억이 돌아와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상처받지 않도록. 이 좋은 기억이 그녀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이처럼 사려 깊은 애愛し한 그의 사랑은 그녀와 처음 나눈 키스부터 그녀에게 처음 건네준 사랑이란 말 속에 너무도 애절하게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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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활짝 웃는 여하진의 미소와 대비돼 눈물을 머금은 채 그녀 앞에서만은 환하게 웃는 이정훈의 미소는 그래서 가슴 아프다.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남자 혼자서 해내는 진실의 무게가 오로지 배우의 그 작은 얼굴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잊고 싶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어릴적 두려움. 아버지의 손에 의해 장롱 속에 갇혔던 기억이 갑자기 찾아올 때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것만으로도 이토록 무서운데 친구를 내가 죽였다는 짐의 죄책감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는 순간, 이렇게도 그녀에 대해 늘 걱정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면서도, 그 기억이 지금 이 순간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 남자는 당신에 대해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그래서 극장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던 하진의 사소한 축소판마저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하는 이 남자의 섬세함이 너무도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최근의 연애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그의 연애 방식과 때로는 매사에 아주 진지한 아저씨가 재미를 주지만, 그래도 이정훈의 진짜 매력은 그 여자를 사랑하는 그 남자의 사랑 방식에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려하고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이 남자의 진심이 바로 그거야.​​​